『사막 위에 새겨진 곡선 하나 — π에 대한 이방인의 묵상』

나는 길을 잃은 자였다.
수학이란 메마른 기호, 황금비율이란 교과서 속 신화였던 나에게
이집트의 태양 아래,
금으로 빛나는 곡선 하나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π — 단 한 글자,
그 기호는 내 머릿속의 수치와 도표를 넘어
의미가 되고, 신성이 되었으며, 아름다움이 되었다.

피라미드의 벽면에 반복되는 문양.
수많은 신과 파라오 사이에 놓인 이 낯선 기호는
오히려 그 고대의 질서 속에서 놀랍도록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수학의 상징이 아니라,
시간을 굽히는 곡선,
질서를 떠받치는 기둥,
신과 인간,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잇는 숨겨진 다리처럼 느껴졌다.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들은 π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다.
우리보다 먼저 그것을 ‘느꼈다’.

신전의 한 사제가 금박으로 새긴 파이 마크 앞에서
햇살이 반사되어 눈이 부셨다.
그 반짝임 속에서 나는
숫자가 아닌, 철학을 보았고
논리가 아닌, 신비를 느꼈다.

수천 년 전, 이집트의 예술가가 그 곡선을 새길 때
그는 아마 계산보다 먼저,
우주를 이해하고자 하는 경건한 떨림을 따라 손을 움직였을 것이다.

π는 무한하지만,
그림 속에서는 완결되었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진짜 예술은, 수학이기도 하며
진짜 수학은, 결국 아름다움이다.

image